나의 학교 나의 선생-조반니 모스카.(ABE 1)

pp.42~
언젠가 폴로 로마노에 소풍을 다녀온 다음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을 그려 보아라."
그러자 론코니는 이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자신은 깨닿지 못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만 언제나 나이에 비해 큰 일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굉장히 커다란 검은 눈, 갸냘픈 손목에는 핏줄이 떠올라 있는게 보입니다,그러나 입술에는 언제나 미소를 담고있는 아이였는데 그 미소도 그로부터 두세달 뒤에는 마침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때 하얀 베게에 머리를 얹고 방긋이 웃었습니다.조그만 머리가 살며시 놓여있을 뿐이어서 베게에는 머리자국도 나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 론코니가 가져온 것은 무너진 돌기둥 사이를 옛날 로마인이 거닐고 있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그림이었습니다.
나는 장난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이 나비는 옛날 나비일까, 아니면 요즘 나비일까?"
론코니는 대답했습니다.
"나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날아다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놀고 있는 이 아이들은 어째서 옛날 로마인의 옷차림을 하고있지 않을까?"
그러자 론코니는 실망하는 얼굴을 했습니다. 그는 나를 좋아했던 것입니다. 나를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믿고 있는 거지요.무엇이든 알고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생각이란 때로 너무 크고 어려워서 아무도 알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그는 말햇습니다.
"아이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아요.아이들은 누구나 다 놀지요.옛날 로마의 아이들도 우리하고 같아요.공놀이도 하고 바퀴굴리기도 해요.자기가 옛날 로마의 아이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예요."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도미니코 니욜리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전에 로마에서 어떤 사원을 발굴할 때 어린이의 유해가 나온적이 있습니다. 도미니코 니욜리는 자신의 시 속에서 그 어린이의 유해에게 묻고있습니다.
"너희들은 살아 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느냐.로마는,로마는 어떤 도시였느냐?"
그러자 어린이의 유해는 대답합니다.
"우리들은 몰라요. 우리는 어린아이였으니까. 오늘날의 어린이들이나 내일의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뛰어 놀거나 나비를 쫓아 다녔을 뿐 아무말도 할 게 없어요."
"나는 인형에 대해 기억해요."
"나는 공놀이와 바퀴굴리기를."
국민학교 3학년인 론코니는 이 시인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직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림으로 그렸던 것입니다.
이 그림은 학교를 시찰하러 왔더 장학관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금테안경을 쓰고 거드름을 피우는 나이지긋한 장학관이었는데 어느날 우리 교실에 와서 당신의 그림 가르치는 방법이 좋지 않다고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차라리 가르치지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장학관은 옛날 로마의 어린이들이 바퀴굴리기를 하고 나비를 쫓아다니는 것을 보고 몹시 화냇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참으로 너무 심하게 엉터리야."
그래서 나는 쭈뼛쭈뼛 물어보았지요.
"그럼 옛날 로마의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장학관은 딱 잘라 대답했습니다.
"놀거나 하지 않았소."
그리고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고쳐 말했습니다.
"그야 놀기도 했겠지만, 웃지않고 사나이 답게 머리에 작은 투구를 쓰고 칼을 휘두르며 놀았을 거요."
나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비는......"
"나비 따위는 그 시대에 없었소."
교실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말았습니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그렇다면 나비는 언제쯤 발명되었을까'하고 묻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후략

by brain-less | 2004/04/18 11:58 | 그냥 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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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4/04/18 16:39
멋지군요. 나비 따위는 그 시대에 없었다고 잘라말하는 모습이. 학계의 대논쟁감.
Commented by brain-less at 2004/04/19 14:33
루믹님 꽉막힌 어른의 대표적인 모습이랄까요.선입견에 빠져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세계를 멋대로 재단하게되면 저런소리가 가능하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4/22 18:10
생각해보면 저런 리얼한 어른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걸 보여주면서도 꿈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는 것이 참 대단한 시리즈입니다. (저 작품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Commented by 허인 at 2009/02/10 16:09
저도 이 책 있는데요.
이거 ABE 맞는거죠?
이 책 허인이라는 분 이 번역한 거 맞나요?
그게 숙제라서요.
이런 곳에서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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